2024 모션 툴 - 로티파일즈 & 페이즈 리뷰

Intro

2024년 현재, 모션 디자인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흥미로운 서비스가 둘이나 출시되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페이즈(Phase)’와 ‘로티 크리에이터’ 인데요. 이 글에서는 이 두 툴이 어떤 툴인지, 시장에서 갖는 포지션은 어떤지 등, 툴 전반에 대한 개인적인 비교와 감상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로티 크리에이터에 대해서는 예전에 남겨 둔 로티파일즈 밋업 아티클을, Phase가 어떤 툴인지는 이 링크에서 확인해보시면 좋습니다).
사실 이 두 툴 이외에도 모션 디자인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툴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모션그래픽 업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위치인 툴은 단연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출시된 지 30년 남짓 된 유서 깊은 툴이면서,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복잡한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영상을 만들 때 사용하는 대중적인 툴이기도 한데요. 현재까지도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 애프터 이펙트(이하 에펙)를 뛰어넘은 모션 툴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잘 만들어진 툴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로티 크리에이터와 페이즈라는 새로운 툴의 출현이 반가운데요, 일단 바쁘신 분들을 위해 가볍게 세 툴을 모두 사용해본 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3줄 요약

1.
로티파일즈와 Phase모두, 아직 전문적인 모션감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적 디테일은 애프터이펙트를 (한참)따라오지 못한다.
2.
하지만 지금 두 툴이 제공하는 스펙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걸 만들 수 있고, 두 툴은 (애펙과 달리)공짜이며, 빠르게 부족한 부분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3.
피그마처럼 한 화면에서 여러 유저가 동시에 모션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은 유용해 보이지만, 과연 게임 체인저가 될 만큼 유용할까?

장점 - 저는 이 두 가지 툴의 출시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무척 가볍습니다. 두 툴 모두 2D 웹뷰 기반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기반인 애펙 대비 가볍게 사용할 수 있고, 조금 복잡한 키프레임도 큰 무리 없이 소화합니다. 간단한 모션을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공짜, 로티 지원 툴입니다. 이 측면에서는 다른 대안 ‘블렌더’나 ‘캡컷’ 을 사용해 모션 키프레임을 잡을 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에게 키프레임 애니메이션은 보조적인 기능일 뿐, 결코 메인 기능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공짜 2D 모션 툴, 그것도 로티 확장자를 지원하는 툴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3.
초보자에게 친절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처음부터 시작하기 어려운 유저를 위해, 두 툴 모두 공통적으로 프리셋 파일을 제공합니다. 물론 원하는 애셋 기반으로 키프레임을 잡으려면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로티파일즈에 있는 애니메이션 프리셋, 페이즈에 있는 Animate Mode 등으로 키프레임 잡는 것 자체의 어려움을 완화했습니다.
에펙에서 찾기 어렵거나 뒤로 밀려있는, 의외지만 유용한 장점도 있었습니다.
Phase 에서 제공하는 베지어 곡선값 복붙 기능은 내가 자주 쓰는 속도감을 간편하게 붙여넣기에 상당히 편리했고 논리적이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웠고, 이건 포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LottieCreator 의 애니메이션 프리셋을 통해, 클릭 몇 번 만으로 퀄리티 좋은 모션을 키프레임을 잃지 않은 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단점 -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 툴 모두 모션그래픽의 본질인 ‘디테일한 모션 퀄리티’ 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모션 키감을 잡으려면, 속력, 밸류 그래프를 통해 키프레임을 좀 더 다채롭게 갖고 놀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속력 & 밸류가 변하는 추이를 시각적으로 잘 확인할 수 있어야 다이나믹한 모션(텐션)감을 원하는 만큼 테스트, 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은 초보자들에게는 어렵지만, 이 두 가지 툴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더라도 기대되는 결과물 퀄리티의 끝점이 에펙 대비 너무 낮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키프레임 베이스가 아닌, 리깅(관절)이나 물리엔진(중력값) 등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복잡한 모션을 엔진이나 원리 기반으로 구현할 수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앞으로 더 다채로운 모션을 만들어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숙련된 모션 디자이너가 이 툴을 사용할 메리트는 아직 크지 않아 보입니다. 사내 디자이너라면 당장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구독을 끊을 수 없는(끊을 이유가 없는) 처지일테니, 러닝 커브까지 고려하면 새 툴을 쓰지 않고 애펙을 쓸 이유가 아직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하게 심플한 모션으로 가자니, 프리젠테이션의 강자인 PPT, 키노트, 피그마 대비 크게 메리트를 찾기 힘듭니다. 이미 이러한 툴에서도 정말 간단한 장면 전환이나 모션을 지원하고 있는데, 굳이 툴을 바꿔 가며 높은 퀄리티의 모션을 입히기에는 귀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툴에 대한 마이그레이션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대되는 부분은…

그런데도 왜 저는 이 툴들의 등장이 반가울까요? 그 이유는 웹과 ‘사람들’ 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모션 툴에서는 그 특성상 여러 명이 한꺼번에 한 화면을 편집한다는 개념을 생각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이 툴들이 발전해서 피그마가 UX업계의 지배적인 툴이 되었던 것처럼 다양한 화학반응의 촉매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기성 모션 제품을 만들던 조직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조직인 만큼, 다양한 시도와 접목을 통해 창의적인 혁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로티크리에이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기능은 AI SVG생성 기능이었는데요. 이러한 시도가 이어져 언젠가는 AI 프롬프트만으로도 멋진 키프레임을 입히는 순간도 기대해 봅니다)
다만 모션이라는 분야는 UX 협업에 비해 일견 좁고 깊은 분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단지 이 장르만으로 UX 전체에 비해 동시 편집 기능이 얼마만큼 유효할 지 궁금합니다. 아이디에이션, 협업 등 업무 방식 전반을 포괄하는 피그마의 제품 전략만큼 임팩트 있는 업계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종합하면

아직 실전에서 쓰기아 아쉬운 부분이 여럿 있지만 현업 디자이너, 그리고 한 명의 유저 입장에서 여러 툴이 나온다는 것은 따라잡기 벅차면서도 재미있는 변화이기도 한데요, 다양한 분들이 이미 많이 사용해봐주고 계신 만큼 저도 기대와 함께 지켜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